Morrissey, The Smiths, 500 days of Summer ...☞ Love & Peace



1. 어제는 Morrissey 내한 공연.
The Smiths 의 프런트맨, 아니 본인 표현에 따르자면 프런트 nonsexual인가 ㅎㅎ


2. 뭐, 이번 공연은 당연히 못 갔다.
The Smiths의 활동 기간을 보면 딱 나의 틴에이지 시절이랑 겹치지만 Morrissey 나 The Smiths 를 실시간으로 좋아했던 건 아니다. 나의 10대는 그저 메탈 or 빌보드 차트의 시기.

스미쓰를 듣기 시작한 건 90년대 후반, 서른 나이에 늦은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
당시 모 챗팅 사이트에서 음악방송이 유행했는데 자주 들르던 어느 음악방에서 누가 The Smiths 얘기를 꺼내길래,
아니 스미스 라고 하면 정관사 The도 없고 끝에 s도 없는 Smith 가 맞지 않느냐고 말을 건넸다가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Smith 라고 하면 내게는 A Group Called Smith 라는 앨범을 낸 60년대 밴드가 전부였기 때문. (사실 이 쪽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내 음악 취향도 참 ㅎㅎㅎ)
내겐 브릿 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뒤늦게 숙제하는 기분으로 듣기 시작했던 음악.


Smith - Baby, it's you
- The Smiths 와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ㅎㅎㅎ


3. 스미쓰, 모리세이 통틀어서 내가 처음으로 의식하고 들었던 곡은 Everyday is like Sunday.
(음악 방송에서는 제목에 요일 들어간 노래 잘 틀어준다 ㅎㅎ )
맨날 일요일이라고 하니깐 마냥 즐거운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했다가 조금 당황.
뒤이어 듣게 된 다른 곡들도, 보컬은 말랑말랑, 기타소리는 징글쟁글, 가사는 소녀 취향, 그닥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자꾸 듣다 보니 뭔가 쿡 찔러 들어오는 게 있다.
말랑말랑 징글쟁글한데, 뭔가 무기력하게 들리지만, 또 한편 그래서 오히려 그런 무기력함을 폭발시켜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받던 스트레스가 마치 영국 10대들의 그것인 양 The Smiths 안에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4. 그리고 2010년 개봉작,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The Smiths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음악 빠돌이에게 저 장면은 그냥 꿈이다. Holy Shit! (이건 조셉 고든 래빗의 대사이고, 실제로 내 입에서 나왔던 말은 '어우 X발')
내 헤드셋 너머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멋진 여자가 자기도 이 노래 좋아한다며 말을 건네오는 시츄에이션이라니 ㅎㅎㅎ


5.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다.
썸머(주이 데샤넬)가 안타까왔다.
톰이 하는 행동들이 너무 바보같아서, 이런 바보 자식아를 입에 달고서 영화를 봤는데, 그건 물론 나 스스로에 대한 욕설이기도 했다.

스포가 있는 개인적인 영화 감상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와 그녀를 좋아하게 된 순진남?

이런, 제길, 스미쓰를 좋아하는 여자가,
To die by your side is such a heavenly way to die 라는 가사를 외우고 다니는 여자가,
정말로 사랑을 믿지 않을 리가 없잖은가.

먼저 말을 건넨 것도, 먼저 키스를 한 것도, 먼저 손을 잡은 것도, 싸우고 나서 먼저 화해를 청하러 온 것도 썸머의 몫.
심지어, 헤어졌다가 우연히 기차를 같이 탔을 때에 커피 한 잔 하자고 먼저 제의한 쪽도 썸머.

반면, 운명을 믿는다는 톰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딴전.
"You'll know it when you feel it." 이라는 멋진 대사를 던졌으면,
Here comes your man 이라는 노래를 믹 재거 스타일로 멋지게 불러줬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사실 노래 부를 때까지만 해도 톰은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정말 멋있었는데 ㅎㅎㅎ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눈 후, 썸머가 톰을 가리켜 Young Werther 라고 부르는 장면도 의미심장했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영원한 순정남, 젊은 베르테르,
그런데, 발음이, 베르테르가 아니라 버터야 ㅎㅎㅎ)




개인적으로 썸머의 손을 비춰 주던 장면 셋이 인상 깊었다.

첫번째는, IKEA 매장에서.
심각한 관계는 바라지 않는다고, 썸머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슬며시 톰의 손을 잡아 온다.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레코드 매장에서.
영화 졸업의 엔딩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썸머에게 저건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말을 건네주는 센스,
자기가 녹음해 준 편집 테잎의 1번 트랙인 Spearmint 라는 밴드를 기억 못한다고 해서, 굳이 처음 만났을 무렵에도 한번 다투었던 링고 스타 앨범을 꺼내서 훗 비웃어주는 센스. (이 장면에서는 High Fidelity에서의 존 쿠삭이 생각났다. 하여튼 음악 빠돌이들이란 ㅋ)
결국 썸머는 톰이 잡아오는 손을 슬몃 피한다. 그동안의 불안감이 결국 저 행동들을 계기로 형태를 갖추게 되었겠지.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겠다며 쓸쓸한 표정으로 톰의 뺨에 입을 맞추는데 어쩌면 이게 영원한 작별 키스일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애잔한 썸머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따라 쓸쓸해지더라.

(하지만, 이런 심각한 순간에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I got it ! 팬케이크 먹으러 가자를 외치는 센스.
그러니까 팬케이크 앞에서 이별 통고나 받게 되지, 이런 팬케이크만도 못한 넘.
- 이 장면에서는 「작업의 정석」에서 현영이 손예진에게 던진 명대사, 이런 게장만도 못한 년아, 가 떠올랐다 ㅎㅎㅎ)



세번째는, 앤젤러스 플라자에서의 둘의 마지막 만남.
운명에 대해서 서로의 바뀐 입장을 얘기하다가 문득 톰의 손에 자신을 겹쳤다가 한번 꼭 쥐어 주고 손을 놓는데 그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콸콸괄.
분명히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했고 지금도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그 마음만큼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믿고 모든 걸 맡기기에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2% 기대를 저버리는 남자,
자기는 이제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남자를 믿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고마운 사람,
썸머는 여러 말 않고 그런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손을 한번 꼭 잡아 준 것이었을 터이니,
썸머는 좋은 여자였던 겁니다...ㅜㅠ
(이 와중에도 돌아서서 가는 썸머의 뒤에다 대고,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라는 신파조의 대사를 날려주는 톰의 센스 ㅎㅎㅎㅎ)




톰은 분명히 장점이 많은 남자였지만,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썸머에게 확신을 안겨 주기에는 톰 자신이 너무 여렸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센스가 부족했다.

(센스 시리즈에 하나를 더하자면,
어쩌면 톰에게는 마지막 기회였을는지도 모르는 썸머네 집에서의 파티,
기찻간 조우에서 썸머가 톰이 읽던 책, 알랭 드 보통의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에 반색을 했던 건, 톰이 예전 직장을 그만두고 원래 전공이었던 건축에 열정을 가지게 된 것으로 생각해서였을텐데,
톰은 그걸 또 이 여자가 이 책을 좋아하나 보다 단순하게 생각한 건지 파티 선물로 그 책을 포장해서 가져가는 센스.
그리고, 졸업에서는 결혼식장에 들어간 연인의 손을 잡고 함께 도망치는데, 톰은 썸머 손의 반지를 보고서 바로 혼자서 파티장을 떠나버린다.
졸업은 단지 영화일 뿐이라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이건 영화라는 게, 톰의 놀라운 회복 속도이다.
그는 재빠르게 회복해서 건축사무소 취업을 알아보러 다니고,
이제 기적이나 운명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 정도는 어디까지나 sure가 아니라 여지를 남기는 'pretty' sure 까지로만,
결국 Autumn이라는 여인네에게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는 진일보한 적극성을 보여주시니. 이건 다시 1 day of Autumn.
마냥 부러울 따름.






주이 데샤넬은 처음 딱 보는 순간, 아니 저건 파트리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힛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개인적으로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핫브레이킹하는 매력 발산.
She & Him 이라는 팀명으로 음악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하니, 영화에서 보여준 Sugar Town에서의 미칠 듯한 귀여움이 그냥 뽑아진 게 아니다.

톰의 조숙한 여동생으로 나오는 클로이 모레츠 ㅎㅎㅎ
힛걸로 매력을 발산하고 렛미인에서는 한 단계 성숙.
다크 섀도우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 건지 기대기대.


하여튼, 500일의 썸머를 거치면서 모리세이는 내게 더더욱 청춘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뭐, 이제는 같이 늙어가고 있는 처지라 청춘을 운운하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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