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예전에 떨이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비디오 몇 개를 사 둔 게 있다.
그 중에 이걸, 일요일 새벽에, 혼자서 봤다.
분명히 어릴 적 어느 다방에선가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그 추억을 되살리며 게다가 소개글에 적힌 "No 삭제" 문구에 혹해서 산 건데,
무삭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결정적인 장면마다 노란색 안개가 마구 뿌려진다.
이래서야 무삭제의 의미가 퇴색, 말 그대로 뿌옇게 퇴색되어버렸...ㅜㅠ
중간에 버터인지 마요네즈인지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가 생각났다.
그리고 신인급 여배우의 파격적 연기랄까 이런 측면에서는,
샤만카의 여주인공 (이름은 잊어버렸다), 박쥐의 김옥빈, 기타등등,
신인급 여배우가 거장 감독이 이끄는 대로 자신이 가진 걸 쑤욱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영화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새로운 감흥은 없었고,
마리아 슈나이더의 마지막 대사라든가, 말론 브란도의 마지막 표정과 눈빛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2. 다크 나이트DVD를 진작에 사놓고서도 마나님과 함께 봐야 한다는 일념에 계속 미뤄오다가 드디어.
히스 레저의 존재감은 역시 대단.
다만 마지막에 대체 조커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던 건 조금 아쉽.
여러가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
성선설이라든지, 민주주의라든지, 인간에 대한 신뢰라든지, 과연...
투표로 결정합시다, 라는 장면에서는 마구 웃었다.
그래, 그게 어떤 이슈이든 닥치고 다수결.
3. 찬란한 유산마나님 곁에 붙어 있다 보면 이런저런 드라마를 섭렵하게 된다.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도 있지만
일요일 저녁 TV라면 대체로 솔약국집 - 개콘 - 찬란한 유산 의 순서를 따른다.
근데, 지난 일요일 찬유는 두 가지 점이 황당.
먼저, 회사 회계에 대해 좀 알아봐줄 수 없겠느냐 이승기가 물었을 때,
그러마라고 대답하던 문채원 양이 덧붙이는 말.
"내가 부전공이 전산이었잖아..."
아니 회계 지식이 없으면 복잡한 장부 들여다보기 힘들텐데, 전산 부전공으로 뭘 하려고,
무슨 해킹이라도 하겠다는 겐가.
잠시 후 전산 부전공 문채원양이 그날 밤 빈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는 장면.
회계 담당자 컴터를 켜고 USB를 꽂더니만 여기저기 폴더를 들여다본다.
푸핫, 전산 부전공 덕분에 USB를 다룰 줄 알게 되었다는 겐가.
회계장부 폴더 안 파일들을 보여주는데 엑셀 파일 두어 개를 열어보니 정상적인 장부들이고,
그런데 몇 개 안되는 파일들 옆에 락이 걸린 서브 폴더 아이콘도 떠 있다.
문채원 양이 뭘 촤라락 두드리니깐 어느새 서브 폴더 내용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호오, MS 윈도우 폴더 비밀번호라는 게 전산부전공자가 몇십 초 두드리기만 하면 쉽게 깨어지는 것이었구먼.
더 황당한 건, 그 서브 폴더 안 엑셀 시트에는 아주 얌전하게 최근 체결한 계약들의 실제 가액, 장부상 가액 및 그 차액까지 (차액에는 빨간 색까지 넣어서), 아예 무슨 폭로용으로 제작한 것인 양 아주 보기좋게 정리되어 있다.
이중 장부 정리하는 사람이 무슨 배짱으로 정상 장부 저장한 폴더 바로 아래 서브 폴더에다 그걸 함께 저장해 두나.
아무리 드라마의 빠른 전개를 위해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너무 어설프다.
나름 전산 쪽에서 일하는 우리 마나님과 함께 마구 웃었다.
그리고, 문채원양, 이번 드라마에서 계속 인상을 쓰고 나와서 그런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
다음으로, 반대파 주주들을 규합한 박이사 때문에 대표이사 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 반효정 사장님을 위해.
한효주와 이승기 등은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보유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위임장과 임금 30% 삭감 동의서 제출을 호소한다.
의결권 행사 위임받는 거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니 불쌍한 월급쟁이들 급여는 왜 그렇게도 쉽게 건드리는 거냐, 그것도 30%씩이나.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고
단지 대주주들간 권력 다툼 와중에 현 사장을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임금 삭감이라니.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던 반효정 사장님은
직원들의 6-70% 이상이 임금 삭감에 동의했다는 소식에 내가 세상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마냥 뿌듯해할 따름이고.
승기에게 물려줄 효주에게 물려줄 개인 재산은 찬란한 유산이라서 차마 건드릴 수 없을 따름이고.